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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국내 전세제도 정착 이유,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점에서

by 아티스트 인절미 2023. 3. 22.

대한민국의 전세 제도는 대한민국 주택 금융이 미비했던 20세기에 민간 사이에 발생하게 된 제도이다. 1970년대까지 국내 저축금리는 12% 정도였지만 개인에게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집주인은 목돈을 모으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저축하고 세입자는 거주하는 방식이 정착하게 됐다. 대한민국 산업화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정부 지출은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던 제도이다. 당시 정부 도시미관 사업을 양성적으로나 음성적으로 전개했으나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격해져 정권에 타격을 입히게 되었다. 당시 정권은 국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거계약제도의 정착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모든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에 정부는 자금이 부족했고, 건설자본과 민간금융을 이용하게 됐다. 시공사 자격만 있으면 건설을 쉽게 할 수 있게 하여 건설업을 돈과 인력 체인만 있으면 손대기 쉬운 사업으로 만들었고, 재벌에게 건설시공 특혜와 세금 혜택을 주기까지 했다. 대단위 아파트 공급은 물론, 기부채납 형식으로 주거시설 인프라까지 지을 수 있도록 했다. 필연적으로 분양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돈을 활용하게 만들었다. 부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서 주택 수요를 늘려 건설사들에게 안정적으로 돈을 지급하게 했다. 투자목적을 가진 부자들의 집의 임차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도록 거액을 예치하게 하는 전세제도를 이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당시 집값의 70~80% 정도 되는 전세대금 대출은 서민에게 부담이었으며, 시중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가 보증을 서는 형태를 취했다. 당시 전세계약으로 전세대출금을 임대인이 얻게 되어도 고금리 상황상 임대료가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이렇듯 정부는 돈을 들이지 않고 전세 제도가 정착될 수 있게 만들었다.

 

출처 - Pixabay

 

21세기에 들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개발은 한계에 다다라 도시 확장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고, 대중교통의 발달로 직주근접 지역이 넓어져 실수요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실 수요자 감소와 실 수요자의 선택의 폭 증대로 인한 경쟁이 주택 비용 하락의 원인이 된 것이다. 임대인은 이전과 달리 전세금을 다시 은행에 맡기는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금 금리는 하락했고 새로운 금융 상품이 등장했으며, 그로 인해 임대인의 전세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임대인발 전세대출 리스크라 부르게 되었다.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금융위기를 통해 노동자들의 경제적 경쟁력은 급락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전체의 실 수요자 감소가 발생했다. 건설사는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영해왔기 때문에 갈수록 미분양 리스크는 늘어나고 PF 리스크가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 주택 금융은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대한민국에서 전세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는 임대인, 임차인 각자의 입장에서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자인 임차인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 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또, 월 임대료 체납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주택임대사업에는 세입자가 임대료를 체납할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택은 임대료를 체납했다고 바로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는 구조이다. 점유이전가처분 신청, 명도 소송, 강제퇴거명령, 강제집행 등 절차를 거쳐야만 임차인을 내쫓을 수 있다. 명도 소송만해도 4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되며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임차인이 버틴다면 강제집행을 신청청하게 되고, 강제집행은 2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1년 이상 임대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는 매월 지불 받는 임대료는 0원으로 이러한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추가적으로 임차 관리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 전세금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소유한 목돈에 합쳐 들어오게 되는 구조이다. 목돈이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사람이라면 신용이 보증된 사람이라는 점이 입증되기 때문에 임차 관리 리스크가 감소한다. 게다가 계약 만료 시점까지 묶이게 되는 보증금 액수가 크다보니, 임차인 입장에서도 큰 마찰 없이 임대료를 돌려받기 위해 깨끗하게 관리하며 이용하고자 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다음 세입자가 구해질 때 나가는 것이 관례로 굳어, 공실 리스크가 감소한다는 장점도 있다.

임차인 관점에서도 살펴보았다. 월세 대비 저렴한 거주비가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은 목돈으로 임시거주권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데, 시장의 전월세 전환율과 시중 금리를 비교할 수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 6%라면, 전세에 거주하는 것은 연 6% 이율로 돈을 빌려주고 월세에 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전월세 전환율이 시중 금리 대비 훨씬 높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가 월세 대비 저렴한 주거 형태가 된다. 전세는 2년간 중도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하여, 세입자는 2년 동안 목돈을 안정적으로 저축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 기간 동안 주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전세가 재테크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주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거권 행사는 임차인과 임대인의 분쟁을 야기하고, 월세 계약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갑을관계로 굳어지기 쉽다. 그러나 전세는 개인의 수익에서 임대료를 기간별로 지불하는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사적 계약에 정부가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증을 선다는 점에서 공공이 개입한다는 특징을 가지게 된다.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감독원이 은행을 통해 전세자금을 통제할 수도 있으며, 임대인이 은행에 예치한 이 자금을 은행 자본투자에 동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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