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 전세가 정착한 이유에 대해 알아본 데 이어서, 전세 사기 리스크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목돈을 내고 거주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있다. 임대인의 파산, 사망, 사기 등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거나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 월세 거래의 보증금은 비교적 소액이지만 전세 보증금은 목돈이기 때문에, 반환이 지체되거나 아예 반환되지 않을 경우 세입자에게 타격이 크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전세 계약 또는 전세권을 등기한 경우에는 전세보증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전세 계약의 경우 전세보증금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을 통한 전세 보증보험 상품 가입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매물에 따라 보험에서 가입을 거부하기도 하고, 가입했더라도 보험에서 모든 케이스에 대해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에는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했고, 소위 '빌라왕 사태'라고 부른다. 전세 보증금이 주택의 가격과 빚의 차액을 초과하여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는 주택을 실속이 없다고 하여 이른바 깡통주택이라 부른다. 이 깡통주택을 수천 채를 보유한 빌라왕이 수많은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사건이다. 조직적 범죄 정황이 포착되어 검찰이 수사 중이다.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인해 전세 계약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높아진 상황이다.
임차인에게도 전세 계약의 리스크는 존재한다. 갭투자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갈수록 증가하는 자산시장의 거품과 정부가 전세 계약을 보증하는 구조하에 실거주하지 않아도 주거권을 해결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진 사람이 시세차익을 한 번에 얻는 구조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세 실수요자가 꾸준히 존재해야 하고,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또는 대출 보증이 가능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동성 폭증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았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2022년 금리 급상승으로 인해 드러나게 되었다. 실수요자의 자금 여력과 신용이 바닥난 상태이며, 더 이상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2022년 전 세계 물가가 폭등하여 금리인상은 1년 내내 단행되었고,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등 대부분의 자산 시장이 폭락하였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의 화두였던 임대차 3법에서의 계약갱신청구권 만기가 맞물린 2022년 여름을 기점으로 전세 시장에서는 마진 콜, 반대매매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손절 투매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고금리시기 대출 이자와 전세 사기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월세 선호와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하였다.
한편으로 갭투자를 자극하는 구조도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전세 제도 자체가 부동산 투기와 주택 가격 상승을 촉진하여 거주 비용이 인구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오른다는 지적이 있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해서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식으로 보유 주택을 불려 나가고,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인구, 수요, 물가 상승률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무주택자는 주택을 구매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전세가는 매매가를 절대 넘을 수 없다. 매매가가 아무리 낮아져도 전세가 이상에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상황에서 전세 수요가 높아지면 전세가가 오르고 전세가는 매매가를 끌어 올려 주택 시장이 과열되는 것이다.
전세 제도는 사금융으로 대출의 외주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가계 부채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 가계부채 규모가 축소 측정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전세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전세 보증금이 포함된다면 세계 최상위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의 관점에서 전세 계약은 전세금이라는 부채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을 소유하고, 그 자산 가격 상승으로 투자금 대비 많은 이익을 얻는 갭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갭 투자를 자극하게 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해 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면 해당 부채에 대한 채권은 부실채권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사태가 다수의 임대인에게 발생하는 경우 전체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메이저 금융사에서 관련한 파생상품을 만들었다가 부실채권이 되어 발생한 현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상대적으로 계약 기간이 길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전세보증금이 거액이다 보니 계약은 최소 2년 단위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월세에 비해 주거 이전의 자유가 하락한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점은 그 자체로 경제적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전세 계약 기간 2년 이내에 계약을 종료하고자 하는 경우, 임차인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계약 기간 2년 이후에는 임대인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지불한다.
정부 입장에서 전세 제도는 아파트 선분양제와 더불어 국내 주택 공급과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 제도이다. 전세 제도를 통해 임대인은 투자 자금을 조달하여 주택 금융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 이런 제도의 존재로 임차인은 목돈을 강제적으로 모으게 되고, 임대료 부담이 월세 대비 상대적으로 적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여러 방면에서 전세 제도는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있어, 주택 금융 제도가 발달한 이후에도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 제도를 도입해 전세 자체를 장려하였다. 전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정부의 부동산 분야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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