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부동산을 임대한 대가로 받는 사용료를 임대료라 부른다. 보증금이라고도 부르며, 세입자가 부동산을 훼손하거나 세가 밀릴 경우에 대비하는 금액이다. 임대료와 전기요금, 수도 요금, 가스요금은 별도인데 계약에 따라 관리비에 포함된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크게 전세 임대와 월세 보증금과 월 임대료 등으로 구분된다. 전세는 한국의 독특한 임차 계약 형태 중 하나이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주택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예치하는 조건으로 주택을 임차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을 100%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월 임대료를 따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월세와 구분된다.
전세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용도에 따라 사용하거나 수익하는 관계'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목돈의 전세금을 무이자로 잠시 빌려줌으로써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할 의무를 면제받고, 임대인은 매달 임대료는 받지 못하지만, 부동산을 대가로 목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현금과 현물의 한시적인 맞교환에 따른 상호 채권·채무관계라 말할 수 있다. 전세와 유사한 계약 제도가 일부 국가에도 있으나 한국만큼 발달하지는 않았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영어로도 고유 단어인 Jeonse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한국에서 유독 전세가 발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한국은 제도권 금융 구조가 취약해, 사적 임대차 형태인 전세가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세가 확산한 시기는 1970년대 이후로 볼 수 있다. 당시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도시를 찾아 주택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주택 가격이 가계 지불 능력보다 비싸고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장 상황이 형성되자 전세 제도가 발달한 것이다. 주택 구매 수요는 공급을 뛰어넘었지만 대출 금리도 높았고, 주택 금융이 취약해 일반인들이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받기가 어려웠다. 주택 소유자도 큰돈을 얻기 어려운 개인으로,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월 임대료로는 목돈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모든 자본이 수출 산업 부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소유자들이 추가 주택 구입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세 형태로 임대하는 관습이 발달하게 되었다. 전세 보증금으로 은행 대출을 대신한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그 목돈을 은행에 예치하기만 해도 10% 이상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전세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도입한 제도가 아닌 집주인과 세입자 간 이해관계의 일치로 인해 자생적으로 발달한 사적 금융제도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세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경제 호황기에 접어들며 대한민국 가계도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가계 경제력이 좋아진 개인들이 더 좋은 집을 찾게 되었고 건설사는 아파트 공급을 늘렸다. 당시 은행의 대출은 기업에만 개방적이었고 개인에게 닫혀있었다.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서민들의 사적 주택금융 전세 이용이 크게 늘었다. 1980년대 말은 공식 통계 집계 이후 전셋값 변동 폭이 가장 컸던 때이다. 전국 기준으로 당시 3년간 전셋값이 연 20% 이상 상승했을 정도이다. 전셋값뿐만 아니라 집값도 같이 급등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임금이 크게 상승하자 유동자금이 넘쳐났고 주택 수요가 매우 증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전셋값과 집값이 크게 올라 서민의 고충이 심해졌으며, 이에 정부는 1호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1989년, 정부가 세입자 보호 명목으로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세금이 폭등했다. 1991년부터 주택 가격은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고 IMF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안정되었다. 1995년을 정점으로 전세 쇠퇴기에 들어섰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가계 금융을 대폭 확대하여 개인들도 은행에서 집 살 돈을 빌리기 쉬워졌다. 이때 전세의 대체재가 될만한 금융권 장기모기지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2004년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출범하여 은행에서 전세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 보증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전세 주택의 월세 전환이 늘어났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60%에 달하고 전월세전환율이 10%를 넘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자, 오히려 전세 수요는 매매 수요로 전환되었다. 이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자 매매가가 급등했고 전세의 월세 전환은 줄어들었다. 매매가 상승이 매우 가팔랐기 때문에 2008년까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은 40% 이하로 급격히 감소했다.
2000년대 전세 시장은 대규모 재개발, 대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전세가 변동 폭이 컸다는 점이 특징이다. 착공 시 이주 수요로 전셋값이 폭등하다가 완공되어 입주할 시기가 되면 전세 물량 증가로 전셋값이 급락했고, 역전세까지 나타났다. 이후부터 서울시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물량과 이주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발발로 주택 시장은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향후 인구구조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거시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쳐 집값이 하락할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주류였다. 주택시장 침체는 이어져, 집을 사는 것을 꺼리고 전세에 거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여 전세가가 상승했고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좁혀졌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세가 자취를 감췄고 반전세를 거쳐 월세로 급격히 대체되는 사회 현상이 발생했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집을 사려고 했던 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 예상하여 전세를 전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 호황기에 대출을 통해 집을 샀던 집주인들은 집이 팔리지 않아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월세로 이자 부담 및 시세 차익 손실을 세입자에 전가하여 버티기 시작해, 전세 수요는 높아지고 공급은 감소했던 시기였다. 2013년에는 전세금이 주택 매매 가격보다 더 높은 매물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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